국 가 인 권 위 원 회

상임위원회

결          정


제   목   푸제온 관련 특허발명의 강제실시에 대한 의견표명


주      문


특허청장에게 

특허등록 제355407호 및 제633214호 특허권에 대하여 통상실시권을 설정하도록 재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한다.


이      유


Ⅰ. 의견표명의 배경

2008. 12. 정보공유연대 IPleft와 감염인연대 KANOS는 특허청장에게 ‘HIV 감염을 저해하는 합성펩티드(특허등록 제355407호)와 펩티드 합성 방법 및 그 조성물(특허등록 제633214호)(이하 “푸제온 관련 특허발명”이라 한다)’의 통상실시권 설정에 관한 재정(이하 “강제실시”라 한다)을 청구하였다. 이에 우리위원회는 위 청구에 대한 재정이 「대한민국헌법」과 UN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하 “사회권규약”이라 한다)」에서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건강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판단하여 아래와 같이 검토하였다.

Ⅱ. 판단기준

 「헌법」 제10조 및 제36조 제3항, 사회권규약 제12조를 판단기준으로 삼았고 UN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위원회(이하 “사회권위원회”라 한다) 일반논평 14, 사회권위원회의 지적재산권과 인권에 관한 성명서("Human Rights and Intellectual Property : Statement by the Committee on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Rights"), 경제사회이사회 인권위원회 인권보호 및 촉진 소위원회의 인권과 지적재산권에 관한 결의(“Intellectual property and human rights”, Sub-Commission on Human Rights resolution), TRIPs협정이 인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UN인권고등판무관의 보고서(“The impact of the Agreement on Trade-Related Aspects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on human rights” (General comment 14), Commission on Human Rights) 등을 참고하였다.


Ⅲ. 판단

「특허법」제107조 제1항 제3호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특히 필요한 경우 특허청에 강제실시 청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Agreement on Trade-Related Aspects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TRIPs협정) 제31조 역시 공중보건, 특히 의약품의 접근성 증진을 위해 개별 국가들이 강제실시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이를 구체화한 TRIPs 협정과 공중보건에 관한 선언문(Declaring on the TRIPS Agreement and Public Health, WTO 각료회의 특별선언문)은 공중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서, 회원국은 강제실시권을 부여할 권리를 가지며 강제실시권을 부여할 사유(grounds)를 결정할 자유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국가의 강제실시 필요성 여부는 개별적 사례에 따라 구체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판단되어야 한다.


사회권규약 제12조와 사회권위원회 일반논평 14에 따르면 건강권은 도달 가능한 최고 수준의 건강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시설, 상품, 서비스 및 환경을 향유할 포괄적 권리이며, 국가는 이러한 건강권을 실현하기 위해 질병 발생 시 모든 사람에게 의료와 간호를 확보할 여건을 조성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 우리「헌법」또한 제36조 제3항에서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 조항은 국민의 건강생활을 침해하지 않을 소극적 의무뿐만 아니라 국민보건을 위해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할 적극적 의무를 국가가 지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도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은 매우 중대한 헌법적 법익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2005. 3. 31. 선고 2001헌바87결정 참조). 또한 WTO 각료회의 특별선언문은 HIV/AIDS, 결핵, 말라리아 및 기타 다른 유행병을 포함하는 공중 보건 위기가 강제실시를 허용할 수 있는 국가 긴급사태 또는 기타 극도의 긴급상황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선언했다.


푸제온은 AIDS환자 치료에 필수적인 의약품이다. 기존의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게 사용 가능한 약물로 푸제온 이외에 프레지스타(한국얀센), 인텔렌스(한국얀센), 셀센트리(화이자) 및 이센트레스(한국MSD)가 있지만 항레트로바이러스치료법(highly active antiretroviral therapy)에 의해 복합처방되는 AIDS 치료법의 특성 상 푸제온 처방이 필요한 환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 약품들이 반드시 상호 대체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의 의견이다. 따라서 기존의 레트로바이러스 치료제에 저항성이 생긴 AIDS환자에게 푸제온은 생명유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의약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안정적인 푸제온 공급방안이 신속하게 마련되기 어렵다. 보건복지가족부는 강제실시 외에 푸제온을 공급할 수 있는 방안으로 공급사에 대해 공급을 지속적으로 독려하는 것 외에 패키지협상이나 리펀드제도의 도입, 신개발 AIDS 치료제에 대한 공급 촉진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2004. 5. 푸제온이 국내에서 시판허가를 받은 후 보건복지가족부는 한국로슈와 약가협상을 계속해왔지만 위에서 제시한 어떤 방안으로도 푸제온 혹은 그 대체제를 공급하지 못했고 한국로슈는 4년 이상 푸제온을 공급하지 않다가 관련단체들이 특허청에 푸제온에 대한 강제실시를 청구한 이후에야 비로소 무상공급을 개시하였다. 위와 같이 보건복지가족부가 제시한 대안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푸제온이 계속 공급되지 않아 강제실시 청구에까지 이르게 된 현실적 상황을 고려할 때, 위와 같은 대안이 신속하게 작동할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개인적으로 외국에서 약을 구입할 수 있다하더라도 AIDS 환자로서 경제활동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달에 백팔십 만원이 넘는 푸제온의 약값을 100% 자비로 감당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할 것이다.


의약선진국의 보복성 규제에 대한 우려와 관련하여, 푸제온 관련 특허발명의 강제실시가 반드시 통상문제를 유발할 것으로 보기 어렵다. TRIPs협정 이후 많은 나라들에서 특허에 대한 강제실시권 발동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거나 발동해왔다. 미국과 캐나다 정부의 탄저병 치료제 사이프로 사례, 브라질 정부의 AIDS 치료제 Efavirenz과 Nelfinavir 등의 사례, 태국 정부의 AIDS 치료제 Efavirenz와 Lopinavir/ritonavir, 심장질환치료제 Clopidogrel, 유방암 치료제 Letrozole와 Docetaxel 사례 등이 있다. 이러한 사례는 강제실시권 발동을 고려하거나 발동한 것이 통상문제를 유발하기보다 오히려 약가를 국내수준에 부합하도록 조정하는 유효한 수단이 되었다.


설령 지적재산권 보호와 생명권 및 건강권 보호 간에 충돌이 발생한다고 해도  국가는 인권을 우선적 가치로 하여 이를 존중․보호․실현하도록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 UN 경제사회이사회 인권위원회 인권보호 및 촉진 소위원회는 2001. 인권과 지적재산권에 관한 결의를 통하여 모든 국가에게 국제법에 근거한 인권보호 의무가 경제무역정책과 국제무역협정에 우선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공공의 이익과 푸제온 관련 특허발명의 강제실시로 인해 침해되는 사익을 비교형량해보더라도 강제실시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 제약회사에 지급되도록 규정되어 있는 현행 특허법 상, 강제실시로 인한 로슈의 실제 경제적 손실이 그리 크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제약회사의 경제적 손실보다 푸제온 불공급으로 인한 AIDS환자의 생명권 침해의 긴급성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따라서 일부 AIDS환자의 치료에 푸제온은 필수적인 약품이고 다른 공급 강제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취약한 AIDS환자의 생명유지를 위하여 푸제온 강제실시를 허용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권 보호를 위한 국가적 의무에도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Ⅳ. 결론

이상과 같은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9조 제1호 및 제7호의 규정에 따라 주문과 같이 의견을 표명하기로 결정한다.



2009.   6.   15.

                      위 원 장           안 경 환

위    원           최 경 숙

      위    원           유 남 영<불참>

위    원           문 경 란